기후변화로부터 우리 문화 지키기

 인간 생활은 자연의 제약을 끊임없이 받아왔고 이런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의 대응은 민족의 독특한 문화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민족문화도 한반도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형성되어 왔는데, 자연 요소 가운데 특히 기후는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기후대 상으로 보았을 때 냉대에서 온대까지 걸쳐있는 우리나라는 한서의 차가 심하다. 여름에는 더위와 장마를 겪어야 하고, 겨울에는 혹한과 강한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다. 봄과 가을에는 심한 기온의 일교차와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짐으로 추위를 막으면서 동시에 더위도 이겨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가옥들은 대체로 겨울철 북서풍을 등지고 햇볕을 많이 받는 동남향, 정남향으로 지어져 있다. 온돌과 대청마루의 이중 구조도 겨울철 추위와 여름철 더위를 이기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이다.
 이렇듯 우리의 문화 속에는 기후가 담겨 있다. 기후를 알 때 우리는 그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로부터 전통 문화를 지켜 나갈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마다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유실되고 있는지 모른다.
 기후변화로 위력이 강해진 태풍 볼라벤은 천연기념물 제290호인 왕소나무(600년)를 뿌리째 뽑아버렸고, 대기 불균형으로 생긴 건조한 날씨는 산불로 이어져 낙산사 대웅전을 전소시켜 버렸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전 지구적인 지구환경의 변화 앞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동기상대에서는 이런 기후변화로부터 안동시를 지원하기 위해 안동의 대표 문화재 지역인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봉정사를 중심으로 우리 문화 속에 담긴 과거와 미래 기후특성을 분석하였다.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보 제16호 법흥사지 7층 전탑의 복원사업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맞춤형 기상지원으로 원활한 공사가 진행 될 수 있도록 협력했다.
 또한 ‘문화재 속 기후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안동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문화재 관리자들을 위해 기후변화를 테마로 하는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안동시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 문화재 지역의 기후특성을 담은 웹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민족문화의 박물관과도 같은 안동은 매년 새로운 문화재가 지정되고 있고,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일에 시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문화재는 원형 복원이 가능하지만 그 가치는 절대 복원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우리의 문화 유산들을 후손들에게 아름답게 전수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의 기후를 알고 기후변화를 대처해 나갈 때이다.
 안동기상대에서는 앞으로 3주에 걸쳐 안동의 대표 문화재 지역인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봉정사를 중심으로 우리 문화 속에 담긴 기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문화재 속 기후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박종서
안동기상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