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고 좋아하는 생각이 삿된 생각이다.

 2019년 10월 24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구속을 반대하고, 찬성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집회를 하는 가운데 정경심 교수가 법원의 판단에 의해서 구속되었습니다. 정경심 교수를 옹호했던 사람들은 그의 구속을 싫어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고통을 얻었고, 교수를 배척했던 사람들은 그의 구속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한때 안위를 얻었다 하여도 그 좋아하는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은 지속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있지 못하고 대상으로 인하여 있으며,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없지 못하고 대상에 의해서 없으므로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본래 없고 본래 없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경심 교수의 육신과 나의 육신도 스스로 자신이 있지 못하고 대상의 육신으로 인하여 있으며, 정 교수의 육신과 나의 육신도 스스로 자신이 없지 못하고 대상의 육신에 의해서 없으므로 정 교수의 육신과 나의 육신은 본래 없고 본래 없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싫어하는 마음이 없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을 알지 못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고통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들은 좋아하는 마음이 없고,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을 알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더욱 좋아하는 것을 탐착하여 이룰 수 없는 욕망의 고통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고통은 이와 같이 진실을 모르는 어리석음의 고통일 뿐입니다.  
 부처님이 이르시기를, 일체 우주세계는 오직 마음이 짓고 만들고 세운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때문에 “일체존재를 보는 것은 곧 마음을 보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정경심 교수를 보면서 저 사람이 정 교수이다 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정 교수인가? 얼굴이 정 교수인가! 아니면 팔다리, 머리, 눈, 코, 입, 몸통이 정 교수인가! 우리들은 정 교수가 무엇인지 모르고 팔다리, 머리, 눈, 코, 입, 몸통 등이 무엇인지 모르고 다만 그 이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이 마음, 성품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마음과 성품이란 무엇인가?
 정 교수의 얼굴이 곧 정교수이고, 팔다리 머리 눈 코 입 몸통 등이 곧 정 교수이며, 얼굴 팔다리 눈 코 입 몸통 등이 곧 정 교수이므로 정 교수와 얼굴 팔다리 눈 코 입 몸통 등은 서로 따로 나뉘어 있지 않고 서로 융통 융합하여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주세계의 모든 존재는 서로 융합하여 있는 것을 마음 또는 성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정 교수를 보면서 저것은 얼굴이다, 눈이다, 코다, 팔다리이다 하는 것은 이 마음이고, 정 교수에게 죄가 있다 없다, 옳다 그르다 하며 의미와 뜻으로 분별하는 것도 이 마음이며, 이에 따라 기뻐하고 슬퍼하며 싫어하고 좋아하는 느낌으로 분별하는 것도 이 마음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정 교수의 겉모습인 얼굴과 머리 몸통에 집착하며, 죄와 옳고 그름,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별망념이 본래 없고 본래 없는 것도 없는 것을 몰라서 분별의 삿된 생각에 머물러 스스로 고통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 교수를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주세계가 한마음으로 융합하는 도리(道理)를 4차 산업시대의 인공지능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은 물질과 마음을 둘로 나누는 데카르트의 이원론(二元論)이 종말을 고했으며, 이제는 생각과 기계가 서로 소통하고 융합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