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와 작용이 둘이 아니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삶이란 무엇인가? 삶은 믿음이며, 의지하는 것이며,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믿지 못하고, 의지하지 못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 세상과 삶은 모두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삶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이 몸(肉身)과 추구하는 행복, 우리들이 일궈낸 모든 창조물들을 비롯하여 산과 강, 지구, 태양, 우주의 별들도 저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모두 허물어집니다. 또한 이 지구상에서 우리들의 삶에 고통을 주는 것으로 자연재해와 일반재해, 생노병사,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가난, 죄(罪) 등등 불행으로 일컫는 티끌수와 같은 고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삶에 대하여 믿지 못하고 의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살려고 먹는가, 먹으려고 사는가? 하는 티끌 수와 같은 의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모든 존재는 허물어지고 모든 생명은 고통을 받는 것일까? 그것은 무엇이 본체(本體)이고 무엇이 작용(作用)인 줄을 모르는 미혹한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본체인 이 마음의 성품은 외면하고 현상적인 작용에만 집착하고 매달려서 본체와 작용의 원융무애(圓融無碍)한 성품에 스스로 장애를 가(加)하여, 모든 것이 무너지고 없어지며 고통스럽다고 잘못 보고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체이고 작용이며, 우리들은 왜 잘못 보고 잘못 아는 것인가?
 그것은 눈, 귀, 코, 혀, 몸, 뜻의 6근(根)과 모양, 소리, 냄새, 촉감, 법의 6진(塵) 그리고 있음과 없음, 생과 사, 선과 악, 즐거움과 괴로움, 취함과 버림, 더럽고 깨끗함, 미움과 아름다움, 싫어함과 좋아함 등 티끌 수와 같은 일체 모든 분별의 이분법(二分法)이, 서로 대상에 의해서 있으므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분별의 이분법이 대상에 의해서 없으므로 없는 것도 아니며, 이분법이 본래 서로 따로 나뉘어 있지 않고 서로 다르지도 않으며, 일체의 모든 분별의 이분법이 본래부터 융통 융합하는 한마음임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눈이 생활타임즈 신문을 볼 때, 생활타임즈가 없으면 눈이 없고, 눈이 없으면 생활타임즈도 없습니다. 눈은 스스로 있지 못하고 타임즈로 인하여 있으므로 있는 것이 아니고, 타임즈 또한 스스로 있지 못하고 눈으로 인하여 있으므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눈과 타임즈는 없는 것인가? 눈으로 인하여 타임즈가 있고, 타임즈로 인하여 눈이 있으므로 눈과 타임즈는 없는 것도 아닙니다. 눈과 타임즈 신문은 오직 한마음으로 융통 융합하여 있을 뿐입니다. 한마음으로 융합한다 함은, 지금 이것은 눈이다 하는 것이 마음이고 이것은 타임즈이다 하는 것도 마음이기 때문에 한마음으로 융합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우주세계의 현실에 실재하는 모든 존재들은 모두 이 마음으로 인해서 있고 이 마음으로 인해서 없으며, 이 마음은 현실에 실재하는 모든 존재들로 인하여 있고 모든 존재들로 인하여 없으므로 한마음으로 융통 융합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들이 존재의 실상을 바르게 알고 깨달을 때, 티끌 수와 같은 모든 재난과 괴로움과 고통은 스스로 우리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할 것입니다.  

진원스님...